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페스트'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20세기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이 묘사된다. 인물들은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드러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맞서는 것은 결국 행복에 대한 의지이며, 잔혹한 현실과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임을 이야기한다.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끊임없이 가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나갔다. 1983년 『알제 레퓌블리캥』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공산당에 가입하여 좌익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후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권력화된 집단은 부조리를 양산할 뿐이라고 판단하고 아나키스트로 전향하게 된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작품들에도 반영되는데, 그는 세상엔 불변의 정의나 법칙이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철저한 실존주의자였던 카뮈는, 작품에서 존재에의 부조리, 무의미한 세계, 끝나지 않는 절망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의 쉼없는 저항과 투쟁의 모습 속에 삶의 중요한 가치를 담아낸다.